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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결혼/가정  >  아버지 
 
작성일 : 11-05-08 22:23
음성사서함 ..
 글쓴이 : admin
조회 : 1,233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였어요.
그 날 따라 불만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말 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거든요...
그날도 비까지 오는데다가 컨디션도
많이 안 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사정이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뒤로 숨긴 채 인사멘트 했죠..

목소리로 보아 어린 꼬마여자 이였어요..

나 :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텔레콤 kkk 입니다.

고객: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 : 고객 분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고객:1234-5678 이요...

나 : 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객: 난 데요.. 빨리 불러주세요..
★(어린 꼬마애가 엄청 건방지군...)

나 : 가입자가 남자 분으로 되어 있으신 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객: 제 동생이예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주세요.

나 : 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단말기 소지후에만 가능하십니다.
저희는 밤 열시까지 근무하니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고객: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가끔 타인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전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 그럼 명의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 미성년자이시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 주십시요.

고객: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네였기 때문에 전 전화한 그 꼬마 애의
부모님을 좀 바꿔 달라고 했죠)

고객: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그 꼬마 애의 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통화자의 말 소리가 들리더군요)..

고객: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

아빠: 여보세요...

나 : 안녕하세요. **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런데요,
명의자와 통화를 할수 있을까요??

아빠: 제 아들이요.. 6개월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콰당??? 그럼 사실이란 말야???--그 때부터 미안해지더군요...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빠: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
★(딸이 화난 목소리로...)

고객: 〃엄마가 자꾸 혁이(그 가입자 이름이 김혁 이였거든요)
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 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야..〃
★(전 그때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아빠: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나 :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 변경을 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을 넣어주셔도 가능합니다..

아빠: 알겠습니다..
★(전 ´감사합니다´로 멘트 종료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나 : 죄송합니다..... 확인 후 전화 주십시요...

아빠: 고맙습니다.

나 : 아...예....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아픔에 어쩔 줄 몰랐죠..
전 통화종료 후 조심스레 호출번호를 눌러봤죠..
역시나...

〃안녕하세요. 저 혁인 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멘트가 녹음되어 있더군요.
전 조심스레 그 사람의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그런데 그것이...
좀 전에 통화한 혁이라는 꼬마 애의 아빠였습니다...
첫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니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니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니 생각이 나서 술을 마셨다.
니가 아빠 술 마시는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춥니? 혁아...... 아빠 안 보고싶어???〃
가슴이 메어 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낸 건지...
아마도 그 혁이의 엄마는 사용하지도 않는 호출기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녹음되어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 거구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일 년이 훨씬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 가족들을 위해 부족한 저지만 다시 한번 기도 드립니다.
이젠 혁이의 엄마...
더는 울지 않으시길...
절대로 잊을 순 없는 거지만 이젠 덮어두시고 편히 사시길...
그리고 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 http://www.joungul.co.kr/impression/impression2/가족_1132.as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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