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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14 20:48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글쓴이 : admin
조회 : 1,411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어느 알사스 소년의 이야기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기엔 매우 늦었다. 그래서 꾸중을 들을까 봐 몹시 겁이 났다. 아멜 선생님께 분사(分詞)에 대해서 물어 보시겠다고 말씀하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더욱이 나는 분사에 대해선 깜깜절벽이었던 것이다. 수업 시간을 까먹고 들판이나 어정거릴까 하는 생각도 문득 났다.

날씨는 얼마나 따뜻하고 맑았던가!

티티새들이 우는 소리가 숲 기슭에서 들려 왔고, 제재소 뒤쪽에 있는 리페를 목장에서는 프러시아 병사들의 훈련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모든 것이 분사의 규칙보다는 훨씬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나는 그 꼬드김을 억지로 물리치고 학교를 향해 줄달음쳤다.

나는 읍 사무소 앞을 지나다가 조그만 게시판 쇠창살 앞에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2년 전부터 패전이며 징발영이며 포고령 따위, 일체의 나쁜 소식들을 알게 된 것도 바로 이 게시판 앞에서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도 않은 채 생각해 보았다.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그리하여 관장을 달음박질하며 건너가자, 자기 도제(徒第)와 함께 거기서 방(榜)을 보고 있던 대장장이 바슈테르 아저씨가 나에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애야, 그렇게 서들 건 없단다. 학교엔 언제 가도라도 늦지 않을 테니까!”
나는 바슈테를 아저씨가 나를 놀리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아멜 선생님의 조그마한 학교 안마당으로 숨을 헐떡이며 들어갔다.?

여느 때 같으면 수업이 시작될 무렵에는 길에서도 들릴 만큼 왁자지껄한 소리가 일어나는 법이었다. 서랍을 여닫는 소리, 보다 잘 외우기 위해서 두 귓구멍을 틀어막고 다같이 아주 큰 고함 소리로 학과를 반복하는 소리, 선생님이 큰 자로 교탁을 두드리며 ‘좀 조용해!’하는 소리 따위가.

이런 북새통을 틈타서 나는 내 자리로 들키지 않게 가서 앉을 셈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날은 모든 것이 조용하기만 했다. 흡사 일요일 아침처럼,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벌써 제 자리에 친구들과 겨드랑이에 그 무시무시한 쇠 자를 끼고 서성거리는 아멜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별 수 없이 문을 열고 이 고요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얼마나 얼굴이 뜨거웠으며 또 얼마나 겁이 났던지! 그런데 뜻밖이었다. 아멜 선생님은 화도 내지 않고 나를 바라보셨다. 그리고는 무척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프란쯔야, 얼른 네 자리에 가 앉으렴, 하마터면 너 없이 시작할 뻔했구나.”

나는 걸상을 뛰어 넘어 곧 내 책상 앞에 앉았다. 공포가 약간 가신 뒤에야 비로소 나는 우리 선생님이 초록색 프로코우트에 맵시 있게 접은 장식을 달았으며, 수놓은 검은 비단 빵떡 모자를 쓰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것들은 누가 시찰을 오거나 상을 수여하는 날에만 선생님께서 착용하시는 것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교실은 온통 이상하고도 엄숙한 분위기로 꽉 차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교실 뒤쪽, 여느 때는 언제나 텅 비어 있던 걸상 위에 마을 사람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앉아 있는 사실이었다. 삼각 모를 쓴 오제르 영감님, 전 읍장님, 전 우체부,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와 있었다. 모드들 슬픈 표정이었다. 오제르 영감님은 가장자리가 낡아 빠진 교본 책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무릎 위에 활짝 펴 놓고서는 커다란 안경 너머로 여기저기 훑어보고 있었다.

내가 이런 모든 광경에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아멜 선생님은 교단으로 올라가셨다. 그러고는 아까 나를 교실로 맞아 주실 때와 같은 그 부드럽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애들아, 이 시간은 내가 너희들을 가르치는 마지막 수업 시간이다. 알사스와 로렌스 지방의 학교에서는 이제 독일어만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왔다. 새 선생님이 내일 오실 거야, 오늘 이 시간이 너희들의 마지막 프랑스어 시간이다. 열심히 들어 주기를 바란다.”

이 몇 마디 말이 내 마음을 깡그리 흔들어 놓았다. 아아! 치사스러운 놈들, 읍 사무소에 붙여 둔 방문이 바로 그거였구나. 나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 . .

그런데 나는 제대로 쓸 줄도 모르는 거이다! 그러니 영영 못 배우고 말게 되었구나! 그럼 여기서 그치고 말아야 하나! . . . 새 둥우리나 찾으려 쏘다니고 시아르 강에서 미끄럼이나 타느라고 빼먹은 수업, 잃어버린 시간을 이제야 얼마나 뉘우쳤던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따분하고 가지고 다니기가 무겁게만 느껴지던 책들, 문법책, 거룩한 역사책 등이 이제는 몹시 헤어지기 어려운 오랜 친구들처럼 여겨졌다. 아벨 선생님께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이 떠나려 한다. 이제는 다시 뵙지 못할 거야 하는 생각에 벌받던 일, 자로 매맞던 일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가엾은 분!

이 마지막 수업을 위하여 선생님은 성장(盛裝)을 한 거다. 그때서야 나는 마을 노인들이 왜 교실 뒤쪽에 와 앉아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학교에 보다 자주 오지 못한 것을 마치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그것은 우리 선생님이 40년 동안의 훌륭한 봉사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며 사라지려는 조국에 대해 그들의 경의를 표하는 방법인 것 같았다.

여기까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외울 차례였다. 이 유명한 분사의 규칙을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외울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대가라도 기꺼이 치르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는 첫 마디부터 엉망으로 되어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으며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걸상 위로 몸을 건들거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멜 선생님께서 나에게 말을 거시는 소리가 들렸다.

“ 얘, 프란쯔야, 난 너를 나무라지 않겠다. 넌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는 거야. . . 그래서 이 꼴이 된 거란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생각하지-‘젠장’! 시간은 얼마던지 있는 걸 뭐! 내일 배우면 될 텐데’라고, 그런데 이 꼴이 되고 말았구나. . .아! 언제나 교육을 내일로 미뤄 왔던 것이 우리 알사스 지방의 커다란 불행이었다. 이제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테지-‘뭐라고! 자기 나라 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주제에 프랑스 사람이라고 주장하다니! 이 모든 것이 일어난 것은, 프란쯔야, 네가 가장 나빴던 탓은 아니란다. 우리 모두가 저마다 비난 받을 점을 지니고 있단다. 너희들의 부모님들도 너희들의 학업에 관심을 충분히 쏟지 않으셨지. 다만 몇 푼이라도 더 벌려고 너희들을 밭이나 제사공장으로 보내기를 더 좋아하셨으니까, 내 자신인들 나무랑 데가 없겠니? 너희들을 공부시키는 대신에, 걸핏하면 나의 정원에 물을 주는 일을 시키지 않았던가? 내가 송어 낚시라도 가고 싶을 때 서슴지 않고 너희들을 놀려 두지 않았던가?”

그러자 이것 저것 말씀하시더니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어에 대하여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며, 가장 분명하고 가장 실팍진 말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이었다. 프랑스어를 우리들 사이에서 지켜야 하며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왜냐하면 한 민족이 농 신세로 떨어졌을 때 제 나라 말을 잘 간직하고만 있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그러고 나서 선생님은 문법책을 집어 들고 그날 배울 과목을 읽어 주시는 것이었다. 나는 얼마나 잘 이해가 되는지 깜짝 졸랐다. 선생님의 말씀은 모두가 쉽게 느껴졌다. 아니 정말 쉬웠다. 여태껏 내가 이렇게도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들은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으며, 선생님 역시 이렇게도 꼼꼼하게 설명하신 적이 없었다고 느꼈다. 가엾은 선생님께서는 떠나시기 전에 당신의 모든 지식을 우리에게 전해 주시려는 모양이었다. 한꺼번에 우리 머리 속에 들어가게 하실 모양이었다.

문법 수업이 끝나자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날 아멜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새로운 글씨본을 마련해 오셨는데 거기에는 아름다운 필체로 ‘프란스, 알사스, 프랑스, 알사스’라고 씌어 있었다. 그것은 우리들의 책상에 가로 매달려서, 마치 조그만 깃발들처럼 온 교실에 펄럭이고 있었다. 누구나 얼마나 골똘했던지 볼 만했다. 그리고 얼마나 조용했던가! 종이 위에 미끄러지는 펜 소리 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때는 풍뎅이란 놈들이 들어왔으나 아무도 그 따위에는 관심을 쏟지 않았다. 아주 어린 꼬마 패들조차도 감동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마치 풍뎅이 소리마저도 프랑스어인양 글씨 획을 긋는 데 여념이 없었다.. . . 학교 지붕 위에서는 비둘기들이?? 나지막한 소리로 구국거리고 있었다. 나는 비둘기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론 비둘기까지도 독일어로 노래하라고 강요당하지 않을까?’

이따금 책에서 눈을 들어 보니 아멜 선생님께서는 교단 위에서 꼼짝도 않으시며 주위의 물건들을 눈 여겨 보고 계시는 것이었다. 이 조그만 학교의 집을 몽땅 당신의 눈 속에 집어 넣어 가져 가시고 싶은 듯이- 생각해 보시라! 40년 전부터 선생님은 저기 바로 저 자리에 계셨던 것이다. 한결같이 변함없는 교실과 눈앞에 교정을 마주한 바로 저 자리에 말이다. 다만 걸상과 책상만이 오랜 새월에 닳아서 반질반질 윤이 날 뿐이다. 교정의 호두나무들이 크게 자랐으며 당신께서 손수 심으신 흡나무가 이제는 창문을 화환으로 두르듯 감싸며 지붕까지 뻗어 있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 모든 것과 헤어져야 하다니 가엾은 선생님으로서는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었을까?
그리고 선생님의 누이동생이 짐을 꾸리느라고 윗방에서 왔다 갔다 하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그럴 것이 이튿날이면 그들은 영원히 이 고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끝까지 수업을 끌고 나가실 용기를 가지셨던 것이다. 글씨 쓰기가 끝나자 우리는 역사를 배웠다. 다음에는 꼬마 패들이 모두 ‘바, 베, 비, 보, 부’를 합창했다. 저기 교실 뒷전에서는 오제르 영감님이 안경을 끼고 두 손으로 알파벳 책을 든 채 꼬마 패들과 함께 한 자, 한 자 읽고 있었다. 그도 몹시 열중해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감동으로 떨고 있었다. 그가 읽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너무도 이상해서 우리는 모두가 웃고 싶기도 했고 울고 싶기도 했다. 아! 난 이 마지막 수업 시간을 영원히 가심 속에 간직하련다

문득 교회당의 시계가 정오를 쳤다. 이윽고 삼종(三鐘) 기도를 알리는 종 소리, 바로 이 시각에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프러시아 병정들의 나팔소리가 우리들의 창무 밖에서 시끄럽게 들려 왔다.-아멜 선생님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교단에서 일어나셨다. 선생님이 그렇게 커 보인 적은 여태 없었다.

“애들아.”? 선생님께서 말씀 하셨다. “ 나는. . . 나는. . .”

무엇인가가 선생님의 목을 메이게 했다.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러자 칠판을 향하여 돌아서시더니 분필 한 조각을 집어 드시고 온 힘을 다하여 되도록 크게 쓰시는 것이었다.

‘프랑스 만세!’

그러고는 벽에 머리를 기대고 한참 계시다가 말없이 우리에게 손짓으로 알렸다.

“끝났어. . . 다들 돌아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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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는 프랑스의 소설가, 극작가로 소박하고 정감어린 필치로 소설, 희곡,평론, 수필 등 많은 작품을 썼다. 희곡<아를르의 여인>, 단편집 <풍차 방앗간 소식> <월요 이야기> 등이 있으며 <마지막 수업>은 <월요 이야기>에 들어 있는 소설로' 나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생히 보여 주어 전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으며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다.

( http://www.webegt.com/cgi-bin/egt/read.cgi?board=Shortstories&nnew=2&y_number=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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